이유 없이 화가 나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체력이 바닥났다는 신호입니다.
내 몸의 체력 창고가 비어 있는지도 모르고 몸을 혹사해 일과 건강 사이의 균형이 깨진 것입니다.
이럴 때는 암이나 심뇌혈관질환이 발생하기 쉬우니 건강검진을 받아보길 권합니다.
최근 사소한 일에도 화를 잘 참을 수 없다며 61세 남성이 진료실을 찾아왔습니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데 사업에 부침이 있고 완벽주의 성향이라 스트레스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는 했지만,
언제부턴가 아주 사소한 일에도 괜히 짜증이 나고 화를 참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또 직원들이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챙긴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말이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체력이 바닥나 온종일 잠만 자는 날도 있는데
그럼에도 피로가 잘 풀리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몸 상태를 정확히 알기 위해 건강검진을 권유했고,환자는 검진하는 중에도 순서를 기다리기 어려워 불편했다고 했습니다.
환자는 검진 결과 위암 판정을 받았고 적절한 시기에 수술 치료 후 현재는 완치돼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감정으로 나타나는 체력
사회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어느 정도는 비슷한 증상을 호소합니다.
평상시 잘하던 일이 갑자기 부담스럽고 이유 없이 짜증이 나고 화를 참기가 어려우며 집에 오면 아무 의욕이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그건 그냥 피곤한 게 아니라 몸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체력이 바닥나 방전됐다는 신호, 즉 성취 목표와 체력, 일과 건강 사이에 균형이 깨졌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의사들은 암과 심혈관계 검진을 권유합니다. 젊은 연령대에서는 화를 참기 어렵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감정기복이 심한 증상이 나타나고, 어르신들은 식사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입맛과 소화기능이 떨어지고 불안과 우울이
심해져 일상생활을 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건강한 사람들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지 않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되도록 불편하지 않게 웃으며 잘 지내려 합니다.
하지만 체력이 심하게 떨어진 상황이나 잘 조절되지 않는 질병이 있는 상태에서는 웃으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고,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기가 어려워, 상대편 말을 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웃고 울게 하는 희로애락의 감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힘, 그 순간의 체력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콧노래를 부르는 경우도 있고, 어떤 때는 특별한 이유 없이 머리가 맑지 못하고,
의욕이 떨어지고 우울해지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모두 힘의 상태가 감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감정
실제로 기본적인 체력은 유전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지만,
순간순간 또는 일정 시기의 체력은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현재 질병으로 치료받는 환자나 고령자의 순간 체력을 결정하는 것은 영양, 운동, 감정적인 스트레스 순입니다.
이 시기에는 꼭 해야 할 책임의 무게가 가벼워지기 때문에, 그때그때 체력 상태가 바로 감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음식을 제대로 섭취해야 몸을 움직이기 편하고 그에 따라 감정적으로도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기가 쉽습니다.
반면 대부분의 건강한 성인의 순간 체력을 결정하는 것은 감정입니다. 감정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혈관을 잡았다 놓았다
(수축했다 이완했다) 하면 혈관손상을 일으켜 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궁극적으로는 장기도 손상시키고
체력을 떨어뜨려 암 발생 위험도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스트레스로 화를 참을 수 없어 격앙되거나 우울에 빠지면,
타인은 물론 순간적으로 자신의 생명까지 위협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감정은 우리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젊고 건강한 사람은 한 끼 식사를 하지 않았거나 하루쯤 굶었다고 해서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또 운동을 하지 않거나 하루쯤 전혀 움직이지 않아도 불편할 수는 있지만 바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죠.
하지만 감정적인 스트레스나 무력감으로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거나,
화가 폭발하는 순간은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건강을 위해 어떻게 영양을 챙겨야 할지, 운동은 어떻게 해야 할지에 신경을 쓰고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건강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감정상태는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아 흐르는 대로 놓아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습니다.
몸도 마찬가지지요. 몸속 장기가 잘 기능할 수 있을 정도로 힘이 비축돼 있으면 마음도 여유가 생기고 너그러워집니다.
하지만 몸이 힘들면 비슷한 일에도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짜증을 내며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이때는 면역력과 소화력도 떨어져 대상포진이나 감기와 같은 감염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암이나 심혈관질환이 생길 위험도 커질 수 있습니다.
지친 몸엔 꼭 휴식을
그렇다면 감정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우선 체력이 바닥나는 상황을 막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자신의 체력 창고에 에너지가 얼마나 쌓여 있는지 늘 의식하고 살아야 합니다.
체력 소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몸에 나쁜 것을 피해야 합니다. 흡연, 과음과 가공식품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먹고 움직이고, 자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해봅니다. 안 좋은 것들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큽니다. 젊을 때는 쉽게 증상을 느끼지 못해 문제를 키우게 될 수 있어 젊을수록 감정 관리를 위해서는 안 좋은 것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지나친 성취욕을 지양해야 합니다. 성취감을 주는 일은 행복의 원천이며, 체력이 뒷받침될 때는 일이 즐겁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가중돼 체력이 바닥나는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몸은 질병을 일으키게 됩니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13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은 4시간 이하로 일하는 사람보다 뇌출혈 위험이 약 2배 높아지고, 9~12시간 근무하는 경우에도 뇌출혈 위험이 38%가량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하루 4시간만 일하고 살 수는 없다는 게 문제지요.
이때는 학창 시절로 돌아갔다고 생각하고 50분 일하고 10분 쉬는 것을 실천해봅니다.
쉬는 시간에 잠깐 걷거나 바깥 공기를 쐬고 오면 집중력이 높아져 오히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직업상 어쩔 수 없이 장시간 앉아서 일해야 한다면, 일과 후 매일 30분~1시간 정도 천천히 걷기를 권합니다.
온종일 일한 후에 근력운동이나 달리기와 같은 고강도 운동을 하는 건 부담스럽지만 천천히 걷기는 지나치게 머리를 써서 피곤하고 지친 상태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하루 몇십 분만 걸어도 다음 날 주의 집중력이 호전됩니다. 머리를 쓰는 직업을 가졌다면 일 때문에 피곤할수록 평일에 걷거나, 시간 날 때는 휴식과 더불어 근력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걷기는 가장 쉽고 효과적으로 체력을 저축하는 방법입니다.
누구나 지치고 짜증 날 때가 있고, 그 상태로 억지로 일해야 하는 날도 많습니다.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체력이 바닥나도록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지친 몸과 마음엔 반드시 휴식이란 보상을
주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내 체력 창고는 내가 알아서 지켜야 합니다.
철마다 건강식을 찾아 먹고,규칙적으로 운동하려 노력하듯이 희로애락의 감정을 조절하고
마음의 평온을 찾으려 노력하는 데도 ‘마음 훈련’이 필요합니다.
자, 오늘부터 내 체력을 저울질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을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글 박민선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국건강관리협회 2022년 건강소식 10월호에서 발췌
(자료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 울산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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